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1908년)을 효시로 한 한국현대시의 역사가 햇수로 100년을 맞았다.
또한 가장 권위 있는 국내최대 시인단체인 한국시인협회가 창립된 지 5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한국시인협회 회장이자 서울대 명예교수인 오세영 시인을 모시고 한국현대시의의 발자취, 시인협회의 활동상황 및 현대시의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관하여 들어 보았다.
- 이렇게 귀중한 시간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한국현대시 100주년과 한국시협 창립 50주년을 축하드립니다. 한국 현대시가 걸어 온 길을 간단히 정리해 주시지요.
한국시인협회 회장이자 서울대 명예교수인 오세영 시인을 모시고 한국현대시의의 발자취, 시인협회의 활동상황 및 현대시의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관하여 들어 보았다.
- 이렇게 귀중한 시간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한국현대시 100주년과 한국시협 창립 50주년을 축하드립니다. 한국 현대시가 걸어 온 길을 간단히 정리해 주시지요.
“1908년 11월 1일, 우리나라 최초의 종합교양월간지였던 <소년> 창간호에 발표된
최남선 선생의 <해에게서 소년에게>라는 시를 현대시의 출발로 보고 있지요. 그 이전의 시가 정형시 형태였던 데 비해 이 새로운 시 즉 신시는 전통적 율격을 파괴했다는 점에서 보기에 따라 자유시적 성격이 있었고 근. 현대시의 중요한 성격이 그 형식에 있어서 자유시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해에게서 소년에게> 이후의 시들은 그 내용 상에 있어서도 고전시가의 유교적 윤리, 봉건왕조시대 가치관에서 벗어나 근대과학사상, 서구적 가치관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 올해는 현대시 100주년이 되는 해이지만, 한국시단을 대표하는 한국시협이 창립된 지 5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50년 역사도 간략히 회고해 주시지요. 한국시협에서는 한국현대시 100주년, 한국시협 창립 50주년을 맞아 어떤 행사를 개최했고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신지요?
- 올해는 현대시 100주년이 되는 해이지만, 한국시단을 대표하는 한국시협이 창립된 지 5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50년 역사도 간략히 회고해 주시지요. 한국시협에서는 한국현대시 100주년, 한국시협 창립 50주년을 맞아 어떤 행사를 개최했고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신지요?
“한국시협은 1957년에 창립된 우리나라의 대표적 시인단체입니다.
자유당 시절 범 문단을 포괄했던 문학단체, 문총(전국문화단체연합회의 약칭)이 이승만 장기 집권을 위한 어용단체로 전락하는 것에 반발해서 당시 유치환, 조지훈, 박목월, 박남수 시인 등이 문총을 탈퇴하여 문학의 자율성을 지키려는 목적으로 설립하였습니다. 이후 우리 협회는 신석초, 서정주, 김춘수, 조병화, 정한모, 김남조, 이형기 등 우리 시단을 대표하는 시인들이 역대 회장을 맡음으로써 명실공히 우리 시단의 정통을 이어받은 문학단체로 자리매김을 해 왔습니다.
한국시협은 올해 함평 생태시 축제(5월), 독도 사랑 문학 답사 및 시 낭독회(5월), 동아시아 시인포럼(8월), 시가곡 창작 발표회(8월), 전국고교 문예백일장(10월), 팔도 방언시 낭송회(10월), 시인의 날 기념식 및 저작권세미나(11월), 현대시 100주년 기념 세미나(11월) 등을 개최한 바 있으며, <팔도방언시집>, <노래하자 국토여>, <한국현대시사>, <한국시인협회 50년사> 등을 출판하기도 하였습니다.
저는 한국시협 회장으로서 국토사랑, 자연사랑, 인간사랑의 이념으로 독자의 저변확대와 우리시가 삶의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자 합니다. 그 일환으로써 올해 말까지‘환경과 생태에 관한 시집’을 발간하고 ‘생태선언문’도 정식으로 공표할 예정입니다. 문학에서 이와같은 선언문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문학에서 환경 및 생태보존운동의 지침이 되리라고 봅니다. 그리고 내년 초에는‘시인만세’라는 행사도 가질 계획입니다. 시인만세는 시인뮤지컬, 시낭송, 시가곡 등 다양한 내용을 포함시킬 예정입니다.”
- 너무 거창한 질문이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인간의 삶속에서 문학이란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시는지요? 문학을 전문으로 하지 않는 일반 독자를 위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너무 거창한 질문이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인간의 삶속에서 문학이란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시는지요? 문학을 전문으로 하지 않는 일반 독자를 위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인간의 삶이란 단지 먹고 자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지않습니까? 인간이란 인간답게 살아야 하는 데 그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정신적인 힘을 기르고 그런 힘을 널리 보급하는 것이 문학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톨스토이는 이를 ‘사랑의 전염(infection)'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문학이 전인류를 사랑의 정신으로 전염시킨다는 뜻입니다. 문학은 전쟁, 독재, 억압 등 비인간적인 것들과 싸워야 하고, 모든 사람이 사랑의 정신, 화해의 정신으로 함께 살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그러한 관점에서 위대한 예술은 결국 인간의 윤리문제,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문제와 직결된다 하겠습니다. 따라서 문학은 다른 예술과 달리 단지 미학의 문제에 머물러서만은 아니 되고 궁극적으로는 미학과 철학이 결합된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예술의 본질은 창조에 있다고 합니다. 물론 그렇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하나의 중요한 단서가 붙습니다. 그 창조는 무언가 가치 있는 것이어야 하고 이때의 가치는 인간을 보다 고귀한 존재로 향상시키는데 기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인간의 삶을 부정하거나 파괴하는 측면의 창조는 불가하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히틀러가 수백만 명의 유태인들을 죽이는 과정에서 생체실험을 통해 인간의 머리털, 살 등으로 매트리스나 비누를 만들어내기도 했는데 이 역시 물론 새로운 창안이기는 하지만 절대로 용인될 수 없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러한 의미에서 모든 창조 작업에는 필연적으로 윤리 문제가 수반될 수 밖에 없습니다.”
- 요즘 신춘문예당선작 등을 보면 시가 너무 난해해서 시를 잘 모르는 일반대중은 물론 시를 조금 안다는 사람들 조차도 그 시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 요즘 신춘문예당선작 등을 보면 시가 너무 난해해서 시를 잘 모르는 일반대중은 물론 시를 조금 안다는 사람들 조차도 그 시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시는 산문과는 달리 은유 상징 등으로 형상화된 암시적, 함축적인 글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일반이 이해하기에는 다소 난해한 글입니다. 문제는 난해함의 정도인데 나의 생각으로는 적어도 교양인으로써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조차 이해할 수 없는 차원이라면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시를 쓰는 사람들 중에는 자기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면서 그냥 어렵게만 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면 독자들은 뭔가 깊은 뜻이 있는가 보다 하고 상상하게 되지요. 그런 글을 쓰는 사람들은 영악하게도 그걸 노립니다. 독자들의 의혹을 증폭시켜 자신의 작품을 문학판에서 쟁점화하여 담론화하려는 일종의 전략이지요.
나는 그 같은 행태를 일종의‘시적 사기’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산문같은 시를 쓰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대체로70-80년대를 걸쳐 2, 30여년 동안 우리 문단을 지배해왔던 소위‘민중시’운동의 영향 때문인데, ‘민중시’가 사회고발이나 이념 전파에 목적을 두었으므로 메시지 전달의 효용성이라는 측면에서 시를 산문적으로 쓰는 경향은 필연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산문과 다른 시의 언어의 본질상 직설적이거나 사회 고발적인 담론이 훌륭한 시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 현대시의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현대시의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세계문명사적 측면에서 볼 때 인간성을 옹호하고 인류발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봅니다. 세계문학사를 보면 어느 나라든 문학이 정치에 종속돼 온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경우도, 일제시대 친일문학을 했던 문인들이 적지 않은데 그 당시에는 여러 가지 불가피한 사정도 있을 수 있었겠지만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이젠 더 이상 문학이 정치도구화되지 말아야 하겠지요. 물론 이 말은 시가 정치의식을 반영해선 안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정치보다 더 높은 차원에서 정치의 비리를 감시해야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러한 관점에서 시가 정치 의식을 갖는 것은 필연적이지요. 다만 시가 정치에 종속되어서는 아니된다는 뜻입니다. 우리 근대시는 대체로 시가 정치에 종속되는 경로를 밟아왔다는 까닭에 그 발전이 저해된 것은 사실입니다. 이는 아마도 우리 근대사가 정치적, 사회적으로 격변의 연속이었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 회장님의 개인적인 측면에 대해서도 몇가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먼저 회장님의 성장 과정과 시를 쓰게 된 배경, 근황에 대해서 말씀 부탁드립니다.
- 회장님의 개인적인 측면에 대해서도 몇가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먼저 회장님의 성장 과정과 시를 쓰게 된 배경, 근황에 대해서 말씀 부탁드립니다.
“시를 쓰게 된 특별한 동기는 없습니다.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이지요. 굳이 배경을 이야기한다면 선천적인 성격과 재능, 후천적으로는 상황의 문제가 있을 것입니다. 전 비교적 내성적인 성격이라 혼자 있는 것이 편합니다. 그러다 보니 삶이 외로웠고 홀로 있자니 항상 상상이나 생각을 많이 하게 됐지요. 재능이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천성적인 소질은 조금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전 유복자로서 무녀독남이었습니다. 외가에서 자랐는데 외가가 선비집안이었습니다. 외조부는 하서(河西)의 12대손입니다. 하서는 호남유학의 태두로서 영남의 퇴계 이황에 비견되는 훌륭한 분이셨습니다. 외조모 역시 송강 정철의 13대손이십니다. 이런 선비가문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글 읽고 쓰기를 가까이 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인가 백일장에서 상을 타면서 본격적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1974년 4월 충남대 교수를 시작으로 단국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교수로 지난 8월 정년퇴직하기 까지 33년간 대학강단에서 교편생활을 했지요. 인생의 절반을 대학에서 보낸 셈인데 그동안 학자로서 연구서적 19권, 시인으로서 시집 17권을 냈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데 정년퇴직하니까 무엇보다 잠이 잘 옵니다. 학교 있을 때 서울대 학생들에게 좋은 강의를 하려고 노력하고 훌륭한 논문, 작품 쓸려고 애쓰다 보니 스트레스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요즘도 서울대 강의는 계속 나가고 있습니다. 남들은 퇴직하면 허전하다고 하는데 전 자유롭고 좋습니다. 시창작 등 내 자신의 일이 있으니까 좋고 독자들을 만나는 것도 즐겁습니다.”
- 끝으로 문학, 특히 시 쓰기를 지망하는 젊은 후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끝으로 문학, 특히 시 쓰기를 지망하는 젊은 후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요즘 젊은 시인들의 시를 보면 개성이 사라지고 획일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문단의 경향이나 문학권력 등에 눈치를 보며 부화뇌동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조선시대의 당쟁, 정치화된 학문 등이 500-600년 동안이나 우리나라 지식인들의 삶을 지배해 오다 보니 우리 문단 역시 그런 부정적인 유습을 답습하는 것이지요. 이런 연유로 훌륭하다고 평가받을 만한 시들이 자칫 도외시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자신의 개성을 잃지 말고 자기만의 독창성을 찾으라고 부탁하고 싶습니다.”
<월간 '오늘의 한국' 07-12월호 인터뷰 기사>
<대담|임윤식-본지 편집인 >
<대담|임윤식-본지 편집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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