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기도
주여!
미명의 새벽 등굣길
그저 책과 씨름하는 아이들에게
하루를 지탱해 줄 아침밥을 거르지 않게 하시고
교문아래 언덕길에도
지친 몸의 허리를 일으켜
활기차고 우렁차게 인사하게 하소서
어김없는 아침 조례시간도
흐린 눈동자가 아니라
초롱초롱 빛나는 눈동자를 간직하게 하여서
선생님과 마음을 다해 교감하게 하시고
잠시 쉬는 시간이면 친구들과
신나게 어울려 입시경쟁으로 생겼을지 모를 상처를
변치 않은 우정과 오래 기억될 벗으로
마음을 어루만져 풀어주소서
촉수를 높여야 할 수업시간이면
밤에 지치고 지쳐서 매우 졸리고 힘들어도
하나라도 더 탐구하게 하시고
일생을 살아갈 양식이 되도록 채워 주소서
텅 빈 위속을 세포 가득 체감하며 기다리던 점심시간
앞줄에 서기 위해 허겁지겁 뛰지 않고
따뜻한 밥과 국으로 정을 나누게 하소서
모든 일과가 끝난 방과 후 교육활동에서도
무지의 깨달음을 일깨워서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보게 하시고
모르던 것을 알았을 때의 기쁨을 선물하소서
늦은 밤, 온갖 책들이 도열한 도서관에
불을 훤히 비춰 방황하는 자아를 붙잡아 주시고
꿈과 희망을 가슴 가득 안겨주셔서
생의 나침판을 길게 세워 바로 잡게 하소서
때로는 달을 보며 때로는 별을 보며 돌아가는 하굣길
지친 육신 가다듬어 관절에 더욱 힘을 주시고
둥근달을 가득 품어 그 품에 안기게 하시어
늘 성찰함으로 인도 하소서
주여!
엄동설한을 이겨낸 새봄의 새순처럼
척박한 입시 환경에서 경쟁을 먼저 배우며 자란 아이들에게
내면 깊이 숨겨진 잠재력을 일깨워
꿈을 이루게 하소서
한서교육. 2010. 제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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