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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과 삶의 향기/발표 작품

임시정부 발자취를 찾아서

by 골든모티브 2010. 2. 12.

중국속의 작은 한국

 

임시정부 발자취를 찾아서

 

 

국은 2008년 베이징(北京) 올림픽을 개최하여 13억 중국 대륙의 100년만의 꿈을 이루고 세계 속의 중국의 위상을 확인한데 이어 2010년에는 상하이(上海) 엑스포(세계박람회)를 계기로 또 한 번 중화민족의 부흥을 세계에 알리려 하고 있다.

중국 속담에 “100년 역사를 보려면 상하이로, 1000년을 보려면 베이징으로, 3000년을 보려면 시안으로, 5000년을 보려면 허난을 가봐야 한다(一百年歷史看上海, 一千年歷史看北京, 三千年歷史看西安, 五千年歷史看河南)”는 말이 있다.

 

중국 역사문화 1차 탐방지로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90주년을 맞이하여 상해를 선정하여 아시아나 항공에 몸을 실었다. 상해는 한국인에게는 임시정부의 흔적이 남아 있는 각별한 도시이다. 푸동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서자 황푸강(黃浦江)이 흐르는 옆으로 아시아 최고의 타워 동방명주(468m)가 제일 먼저 반겨준다. 비슷한 디자인의 건물 건축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상해시의 방침에 따라 현대식 초고층 마천루들은 마치 세계 건축 박람회라도 열듯이 저마다 다양한 건축양식을 뽐내고 있다. 중국의 맨하탄, 동방의 파리란 별칭에 걸맞게 기발한 디자인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건물과 마천루가 하늘을 찌를 듯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기괴한 모습의 빌딩들은 상해 스카이라인을 점령하며 외탄(外灘)과 황푸강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상해만의 상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상해에서 사람 구경하고 북경에서 벽돌 본다’고 한다. 거리에는 자동차의 홍수와 온 중국인들을 다 모아 놓은 듯한 사람들로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고 있고 출근길에 자전거와 인력거를 타고 다니는 모습이 서울과는 달라 다소 이채로운 풍경이다.

   

 

▴동방명주타워에서 바라본 초고층 빌딩

▴마당로에 있는 임시정부 유적지 현판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마당로(馬當路)에 있는 임시정부를 찾았다. 낡은 건물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좁은 골목길 사이로 3층 벽돌집이 보이고 임시정부청사임을 알 수 있는 현판 안내문이 눈에 띈다. 사전 자료조사를 통해서 짐작은 했지만 이렇게 초라한 작은 청사와 열악한 주변 환경을 대하니 실망스러움과 함께 울컥 화가 치밀어 오른다. 골목 입구와 주변건물은 재개발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지 온통 공사판이다. 벽돌을 깨는 인부들과 철근 구조물이 모래와 뒤섞여 너저분하게 널려 있어 하마터면 청사 입구를 그냥 지나쳐 버릴 뻔하였다.

 

좋지 못한 첫인상과 어수선한 분위기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런 와중에 현지 관리인의 안내를 받아 전시관 안으로 들어갔다. 마음을 다 잡으며 실내화로 갈아 신고 1층에서 짧게 비디오 시청을 하면서 관리인의 설명을 들었다. 이 건물도 상해시의 도심재개발 계획에 따라 전면 철거될 위기에 놓였는데 한국과 중국의 우호 상징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원형대로 보존된다고 한다.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곳은 1926년부터 윤봉길의사(義士)의 상해 의거(홍구공원 虹口公園)가 있었던 1932년 직후까지 청사로 사용했던 곳이다. 당시 쓰였던 가구, 서적, 자료, 사진 등이 2층 백범(白凡) 김구선생 집무실과 3층 전시관에 전시되어 있다. 옷깃을 여미고 순국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정신과 독립정신을 되새기며 청사 안을 관람 하였다. 그러나 해외 독립운동의 본거지로서 광복군 창설 등 독립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하였다는 임시정부청사의 규모가 너무 작고 관리가 소홀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올해는 1909년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哈爾濱) 역에서 조선침략의 원흉 이토히로부미(伊藤博文)를 사살한지 100년이 되는 해다. 안 의사 의거 100주년과 순국 100주년이 이어지는 뜻 깊은 시절을 맞아 안중근 기념관 건립기금을 모금하고 있는 중이다. 건립비용은 정부에서 130억을 지원하고 국민성금으로 20억 정도를 충당한다고 한다. 그런데 한 중국인이 “안 의사는 한국인뿐만 아니라 중국인, 나아가 세계의 모든 사람이 기념해야 할 영웅” 이라며 3000만원을 기탁했다고 한다. 존경스럽고 마음 훈훈한 이야기이며 우리에게 좋은 귀감이 될 것이다.

 

임시정부청사도 정부 차원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보존과 관리가 필요하며 기금마련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벽돌 한 장 놓고 기와 한 장 올린다는 마음으로 국민 모두가 동참해 나간다면 뜻 깊은 사업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곳을 찾는 청소년들에게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역사적 현장에 대한 보존의 의미와 애국정신을 일깨워 주는 교육적인 체험의 장이 될 것이다 / 상하이에서 20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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