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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의 향기410

[애송 동시 - 제 17 편] 산 너머 저쪽-이문구 [애송 동시 - 제 17 편] 산 너머 저쪽-이문구 산 너머 저쪽엔 별똥이 많겠지 밤마다 서너 개씩 떨어졌으니. 산 너머 저쪽엔 바다가 있겠지 여름내 은하수가 흘러갔으니. (1988) ▲ 일러스트 양혜원 시평 이문구(1941~2003)는 본디 소설가다. 호는 명천(鳴川)이다. 오래 묵은 농경유림(農耕儒林)의 삶과 해체 위.. 2008. 5. 30.
[애송 동시 - 제 16 편] 꽃씨와 도둑 [애송 동시 - 제 16 편] 꽃씨와 도둑 마당에 꽃이 많이 피었구나 방에는 책들만 있구나 가을에 와서 꽃씨나 가져가야지 (1997) ▲ 일러스트 윤종태 시평 이 시의 화자는 도둑이다. 도둑이란 초대받지 못한 자다. 아무도 환영하지 않는 방문은 그의 몫이다. 이 시의 화자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 2008. 5. 29.
[애송 동시 - 제 15 편] 비 오는 날-임석재 [애송 동시 - 제 15 편] 비 오는 날 - 임석재 조록조록 조록조록 비가 내리네. 나가 놀까 말까 하늘만 보네. 쪼록쪼록 쪼록쪼록 비가 막 오네. 창수네 집 갈래도 갈 수가 없네. 주룩주룩 주룩주룩 비가 더 오네. 찾아오는 친구가 하나도 없네. 쭈룩쭈룩 쭈룩쭈룩 비가 오는데 누나 옆에 앉아서 공부나 하자... 2008. 5. 28.
[애송 동시 - 제 14 편] 그냥-문삼석 [애송 동시 - 제 14 편] 그냥-문삼석 엄만 내가 왜 좋아? -그냥…. 넌 왜 엄마가 좋아? -그냥…. (2000) ▲ 일러스트 윤종태 시평 '그냥'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더 이상의 변화 없이 그 상태 그대로' 혹은 '그런 모양으로 줄곧' 등이다. '그냥 내버려두다' 혹은 '그냥 기다리고만 있다'라고 할 때의 '그냥'.. 2008. 5. 27.
[애송 동시 - 제 13 편] 해바라기 씨-정지용 [애송 동시 - 제 13 편] 해바라기 씨-정지용 해바라기 씨를 심자. 담모퉁이 참새 눈 숨기고 해바라기 씨를 심자. 누나가 손으로 다지고 나면 바둑이가 앞발로 다지고 괭이가 꼬리로 다진다. 우리가 눈감고 한밤 자고 나면 이슬이 내려와 같이 자고 가고, 우리가 이웃에 간 동안에 햇빛이 입 맞추고 가고. .. 2008. 5. 26.
[애송 동시 - 제 12 편] 퐁당퐁당-윤석중 [애송 동시 - 제 12 편] 퐁당퐁당-윤석중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누나 몰래 돌을 던지자 냇물아 퍼져라 멀리 멀리 퍼져라 건너편에 앉아서 나물을 씻는 우리 누나 손등을 간질어 주어라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누나 몰래 돌을 던지자 냇물아 퍼져라 퍼질 대로 퍼져라 고운 노래 한마디 들려 달라고 우리 누.. 2008. 5. 24.
[현대시 100년-사랑의 詩]정지용-그의 반(19) [현대시 100년-사랑의 詩] 정지용-그의 반 '그'를 누구라고 말해도 좋다. 일반적인 해석처럼 '그'를 종교적인 의미의 절대자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내가 사랑하는 당신-연인이어도 된다. 내가 사랑을 갖는다는 것은 은밀한 하나의 종교를 갖는 것이고, 사랑이란 나 혼자의 힘만으로 어떻게 할 .. 2008. 5. 23.
[애송 동시 - 제 11 편] 담요 한 장 속에-권영상 [애송 동시 - 제 11 편] 담요 한 장 속에-권영상 담요 한 장 속에 아버지와 함께 나란히 누웠다. 한참 만에 아버지가 꿈쩍이며 뒤척이신다. 혼자 잠드는 게 미안해 나도 꼼지락 돌아눕는다. 밤이 깊어 가는데 아버지는 가만히 일어나 내 발을 덮어주시고 다시 조용히 누우신다. 그냥 누워 있는 게 뭣해 나.. 2008. 5. 23.
[애송 동시 - 제 10 편] 봄-김기림 [애송동시 - 제 10 편] 봄-김기림 사월은 게으른 표범처럼 인제사 잠이 깼다. 눈이 부시다 가려웁다 소름친다 등을 살린다 주춤거린다 성큼 겨울을 뛰어 넘는다. (1946) ▲ 일러스트 윤종태 시평 1908년 함북 학성 출신인 김기림은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는다. 우리에게 이 100년이라는 시간의 의미는 각별.. 2008. 5. 22.
[애송 동시 - 제 9 편] 섬집 아기-한인현 [애송동시- 제 9 편] 섬집 아기-한인현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 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 잠이 듭니다. 아기는 잠을 곤히 자고 있지만 갈매기 울음소리 맘이 설레어 다 못 찬 굴바구니 머리에 이고 엄마는 모랫길을 달려옵니다. <1950년> ▲ 일.. 2008. 5. 21.
[애송 동시 - 제 8 편] 과꽃-어효선 [애송 동시 - 제 8 편] 과꽃-어효선 올해도 과꽃이 피었습니다. 꽃밭 가득 예쁘게 피었습니다. 누나는 과꽃을 좋아했지요. 꽃이 피면 꽃밭에서 아주 살았죠 과꽃 예쁜꽃을 들여다 보면 꽃속에 누나얼굴 떠오릅니다. 시집간지 온 삼년 소식이 없는 누나가 가을이면 더 생각나요 (1953) ▲ 일러스트 윤종태 .. 2008. 5. 20.
현대시조 전집 102권 5년여만에 완간 현대시조 전집 102권 5년여만에 완간 '현대시조 100년사의 시조시인 101명을 담은 102권짜리 시조시집 완간.' 한국현대시조전집이라 할 만한 '한국현대시조 100인선'(태학사, 이하 시조전집)이 21일 마지막 30권이 한꺼번에 출간되면서 전102권 분량으로 완간됐다. 이번 시조전집은 1998년 '우리시를 사랑하는 .. 2008. 5. 19.
[애송 동시 - 제 7 편] 엄마가 아플 때-정두리 [애송 동시 - 제 7 편] 엄마가 아플 때-정두리 조용하다. 빈집 같다. 강아지 밥도 챙겨 먹이고 바람이 떨군 빨래도 개켜 놓아 두고 내가 할 일이 뭐가 또 있나. 엄마가 아플 때 나는 철든 아이가 된다. 철든 만큼 기운 없는 아이가 된다. (1988) ▲ 일러스트=양혜원 시평 일년 내내 휴일이 없고, 날마다 나라가.. 2008. 5. 19.
[애송 동시 - 제 6 편] 오빠 생각-최순애 [애송 동시 - 제 6 편] 오빠 생각-최순애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 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 때 우리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며 비단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기럭 기럭 기러기 북에서 오고 귓들 귓들 귀뚜라미 슬피 울건만 서울 가신 오빠는 소식도 없고 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집니다 (1925) ▲ 일.. 2008. 5. 17.
[애송 동시 - 제 5 편] 감자꽃-권태응 [애송 동시 - 제 5 편] 감자꽃-권태응 자주꽃 핀 건 자주 감자 파보나 마나 자주 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보나 마나 하얀 감자. ▲ 일러스트=양혜원 시평 〈감자꽃〉은 단순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진국이 우러나오는 수작이다. "자주꽃 핀 건 자주 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다. 단순하고 .. 2008. 5. 16.
[현대시 100년-사랑의 詩]정현종-꽃피는 애인들을 위한 노래(18) [현대시 100년-사랑의 詩] 정현종-꽃피는 애인들을 위한 노래 일러스트레이션=김수진 기자 시평 만월의 흰 손가락들이 만지는 오늘밤은 검은 피부다. 한없이 넓어질 수 있는 피부, ‘한없이 깊어질 수 있는’ 피부다. 밤은 성감대처럼 민감하고 꽃처럼 피어나는 신경세포들이 만개한 검은 피부다. 정현.. 2008. 5. 15.
[애송 동시 - 제 4 편] 콩, 너는 죽었다-김용택 [애송 동시 - 제 4 편] 콩, 너는 죽었다-김용택 콩타작을 하였다 콩들이 마당으로 콩콩 뛰어나와 또르르또르르 굴러간다 콩 잡아라 콩 잡아라 굴러가는 저 콩 잡아라 콩 잡으러 가는데 어, 어, 저 콩 좀 봐라 구멍으로 쏙 들어가네 콩, 너는 죽었다 (1998) ▲ 일러스트=윤중태 시평 섬진강의 시인 김용택은 .. 2008. 5. 15.
[애송 동시 - 제 3 편] 나뭇잎 배-박홍근 [애송 동시 - 제 3 편] 나뭇잎 배-박홍근 낮에 놀다 두고 온 나뭇잎 배는 엄마 곁에 누워도 생각이 나요. 푸른 달과 흰 구름 둥실 떠가는 연못에서 사알 살 떠다니겠지. 연못에다 띄워 논 나뭇잎 배는 엄마 곁에 누워도 생각이 나요. 살랑살랑 바람에 소곤거리는 갈잎 새를 혼자서 떠다니겠지. (〈1955〉) ▲.. 2008. 5.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