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의 향기410 문인들이 뽑은 2007년 최고의 시 130명의 작가·평론가가 추천한 오늘의 시 ▲ 지난해 발표된 시 가운데 문인들의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작품은 김경주 시인의 '무릎의 문양'이었다. 소설은 윤이형의 단편 '큰 늑대 파랑'이 가장 주목을 받았다. '작가'는 130명의 시인과 문학평론가, 출판편집인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시 79편과 시조 11편.. 2008. 3. 27. [애송시 100편-제67편] 칼로 사과를 먹다-황인숙 [애송시 100편-제67편] 칼로 사과를 먹다-황인숙 사과 껍질의 붉은 끈이 구불구불 길어진다. 사과즙이 손끝에서 손목으로 흘러내린다. 향긋한 사과 내음이 기어든다. 나는 깎은 사과를 접시 위에서 조각낸 다음 무심히 칼끝으로 한 조각 찍어 올려 입에 넣는다. "그러지 마. 칼로 음식을 먹으면 가슴 아픈 .. 2008. 3. 27. [애송시 100편-제66편] 의자-이정록 [애송시 100편-제66편] 의자-이정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 2008. 3. 26. [애송시 100편-제65편] 생명의 서(書)-유치환 [애송시 100편-제65편] 생명의 서(書)-유치환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懷疑)를 구(救)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 번 뜬 백일(白日)이 불사신같이 작열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永劫)의 .. 2008. 3. 25. 한국 현대시 100년史 5대 쟁점 한국 현대시 100년史 5대 쟁점 1908년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가 발표된 이후 100년 동안 한국 근ㆍ현대시사에는 어떤 논쟁들이 펼쳐졌을까. 월간 '문학사상'은 4월호에서 '한국 현대시 100년의 쟁점'이라는 특집을 마련, ▲전통과 서구의 대립 ▲한국적 장시(長詩) ▲서정시 ▲정치시 ▲현대시조 등 1.. 2008. 3. 24. [애송시 100편-제64편] 섬진강1 - 김용택 [애송시 100편 - 제64편] 섬진강1 - 김용택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쌀밥 같은 토끼풀꽃, 숯불 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도 없는 풀에 어둠을 끌어다 죽이며.. 2008. 3. 24. [애송시 100편-제63편] 그리스도 폴의 강(江) 1 - 구상 [애송시 100편 - 제63편] 그리스도 폴의 강(江) 1 - 구상 아침 강에 안개가 자욱 끼어 있다. 피안(彼岸)을 저어 가듯 태백(太白)의 허공속을 나룻배가 간다. 기슭, 백양목(白楊木) 가지에 까치가 한 마리 요란을 떨며 날은다. 물밑의 모래가 여인네의 속살처럼 맑아 온다. 잔 고기떼들이 생래(生來)의 즐거움.. 2008. 3. 22. [현대시 100년-사랑의 詩]강은교-사랑법(11) [현대시 100년-사랑의 詩]강은교/‘사랑법’ 일러스트레이션=김수진 기자 일러스트레이션=김수진 기자 깊은 허무에서 발원하여, 인간의 삶에 대한 관심을 거쳐, 목숨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사랑으로 지평을 넓혀온 강은교의 시편들은, 무가(巫歌)와 기도의 형식이 견고하게 결합된 간절한 울림을 지니.. 2008. 3. 21. [애송시 100편-제62편] 눈물-김현승 [애송시 100편-제62편] 눈물-김현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生命)이고저……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들이라 하올제, 나의 가장 나아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 2008. 3. 21. [애송시 100편-제61편] 노동의 새벽-박노해 [애송시 100편-제61편] 노동의 새벽-박노해 전쟁 같은 밤일을 마치고 난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거운 소주를 붓는다 아 이러다간 오래 못가지 이러다간 끝내 못가지 설은 세 그릇 짬밥으로 기름투성이 체력전을 전력을 다 짜내어 바둥치는 이 전쟁 같은 노동일을 오래 못가도 끝내 못가도 어쩔 수 없지 탈.. 2008. 3. 20. [애송시 100편-제60편] 울음이 타는 가을강(江)-박재삼 [애송시 100편 - 제 60편] 울음이 타는 가을강(江)-박재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강(江)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 2008. 3. 19. [애송시 100편-제59편]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장정일 [애송시 100편-제59편]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장정일 그랬으면 좋겠다 살다가 지친 사람들 가끔씩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 계절이 달아나지 않고 시간이 흐르지 않아 오랫동안 늙지 않고 배고픔과 실직 잠시라도 잊거나 그늘 아래 휴식한 만큼 아픈 일생이 아물어진다면 좋겠다 정말 그랬으면 .. 2008. 3. 18. 시집을 든 중년 남자 시집을 든 중년 남자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중년 남성이 가장 많이 구입하는 시.. 2008. 3. 17. [애송시 100편-제58편] 수묵(水墨) 정원9-번짐-장석남 [애송시 100편 제58편] 수묵(水墨) 정원9-번짐-장석남 번짐, 목련꽃은 번져 사라지고 여름이 되고 너는 내게로 번져 어느덧 내가 되고 나는 다시 네게로 번진다 번짐, 번져야 살지 꽃은 번져 열매가 되고 여름은 번져 가을이 된다 번짐, 음악은 번져 그림이 되고 삶은 번져 죽음이 된다 죽음은 그러므로 번.. 2008. 3. 17. [애송시 100편-제57편] 달은 추억의 반죽 덩어리-송찬호 [애송시 100편-제57편] 달은 추억의 반죽 덩어리 - 송찬호 누가 저기다 밥을 쏟아 놓았을까 모락모락 밥집 위로 뜨는 희망처럼 늦은 저녁 밥상에 한 그릇씩 달을 띄우고 둘러앉을 때 달을 깨뜨리고 달 속에서 떠오르는 노오란 달 달은 바라만 보아도 부풀어오르는 추억의 반죽 덩어리 우리가 이 지상까지 .. 2008. 3. 15. 시(詩)가 내게로 왔다 - 오태진 [오태진의 詩로 읽는 세상사] 시(詩)가 내게로 왔다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 시가 / 나를 찾아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 / 모르겠어.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 / 아냐,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고, 말도 / 아니었으며, 침묵도 아니었어 / 하여간 어떤 길거리에서 나를 부.. 2008. 3. 14. [현대시 100년-사랑의 詩]최승자-너에게(10) [현대시 100년-사랑의 詩]10 최승자 - 너에게 시평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가장 단순하고 근원적인 전언은 ‘네가 왔으면 좋겠다’이다. 이 투명한 욕망은 쉽게 실현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치명적이다’. 네가 오지 않기 때문에 내가 치명적이거나, 내가 치명적이기 때문에 너의 부재가 더욱 날.. 2008. 3. 14. [애송시 100편-제56편] 상한 영혼을 위하여 - 고정희 [애송시 100편 - 제 56편] 상한 영혼을 위하여 - 고정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 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 2008. 3. 14. 이전 1 ··· 13 14 15 16 17 18 19 ··· 2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