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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의 향기410

[애송시 100편-제34편] 어떤 적막 - 정현종 [애송시 100편-제34편] 어떤 적막 - 정현종 좀 쓸쓸한 시간을 견디느라고 들꽃을 따서 너는 팔찌를 만들었다. 말없이 만든 시간은 가이없고 둥근 안팎은 적막했다. 손목에 차기도 하고 탁자 위에 놓아두기도 하였는데 네가 없는 동안 나는 놓아둔 꽃팔찌를 바라본다. 그리로 우주가 수렴되고 쓸쓸함은 가.. 2008. 2. 14.
[애송시 100편-제33편] 저녁의 염전 - 김경주 [애송시 100편-제33편] 저녁의 염전 - 김경주 죽은 사람을 물가로 질질 끌고 가듯이 염전의 어둠은 온다 섬의 그늘들이 바람에 실려온다 물 안에 스며 있는 물고기들, 흰 눈이 수면에 번지고 있다 폐선의 유리창으로 비치는 물속의 어둠 선실 바닥엔 어린 갈매기들이 웅크렸던 얼룩, 비늘들을 벗고 있는 .. 2008. 2. 13.
[애송시 100편-제32편] 소 - 김기택 [애송시 100편-제32편] 소 - 김기택 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한데 나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 있는 것 같다. 말은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 있는데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이 한 움큼씩 뽑혀나오도록 울어보지만 말은 눈.. 2008. 2. 12.
[애송시 100편-제31편] 혼자 가는 먼 집 - 허수경 [애송시 100편-제31편] 혼자 가는 먼 집 - 허수경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그래서 불러봅니다 킥킥거리며 한때 적요로움의 울음이 있었던 때, 한 슬픔이 문을 닫으면 또 한 슬픔이 문을 여는 것을 이만큼 살아옴의 상처에 기대, 나 킥킥……, 당신을 부릅니다 단풍의 손바닥, 은행의 두 갈래 그.. 2008. 2. 11.
문인들이 뽑은 가장 좋은시 문태준 시인 - 가재미 문인들이 뽑은 가장 좋은시 문태준 시인 ‘가재미’ 선정 문인들은 지난해 문예지에 발표된 시 가운데 ‘가장 좋은 작품’으로 문태준(35) 시인의 ‘가재미’를 뽑았다. 문인수의 ‘꼭지’, 박형준의 ‘춤’이 뒤를 이었다. 도서출판 작가가 실시한 ‘2005 오늘의 시’ 설문조사에서 문태준 시인은 ‘가.. 2008. 2. 10.
[애송시 100편-제30편] 사라진 손바닥 - 나희덕 [애송시 100편-제30편] 사라진 손바닥 - 나희덕 처음엔 흰 연꽃 열어 보이더니 다음엔 빈 손바닥만 푸르게 흔들더니 그 다음엔 더운 연밥 한 그릇 들고 서 있더니 이제는 마른 손목마저 꺾인 채 거꾸로 처박히고 말았네 수많은 창(槍)을 가슴에 꽂고 연못은 거대한 폐선처럼 가라앉고 있네 바닥에 처박혀 .. 2008. 2. 10.
고인이 된 괴짜 문인들(文人) 고인이 된 괴짜 문인들(文人) ▶김관식(金冠植.1934∼1970) "좌충우돌의 미학은 너로 말미암아 비롯하고, 드디어 끝난다. 구슬도 먼지도 못되는 점잖은 친구들아, 이제는 당하지 않을 것이니 되려 기뻐해다오. 김관식의 가을바람 이는 이 입관을" 천상병(千祥炳) 시인의 시 <김관식의 입관(入棺)> 일부.. 2008. 2. 9.
김소월 - 희생과 헌신의 ‘진달래꽃’ [理知논술/교과서 뒤집어읽기] 희생과 헌신의 ‘진달래꽃’? 어느 날 불쑥 날 버리는 임에게… 한아름 꽃을? 체념 가장한 숨은 진실 있지 않을까 ○ 보편적 인식 한국 현대시를 말할 때 반드시 언급되는 작품이 있다. 모 여가수의 노래로 더 많이 알려진 작품이기도 하다. 어쩌면 그 노래로 인하여 학생.. 2008. 2. 9.
현대시 100년, 우리시 살펴보기 | 김재홍 현대시 100년 - 우리 시 살펴보기 김 재 홍 | 문학평론가 · 경희대 교수 1 이 땅에 현대시가 출발한 지도 어언 100년, 한세기가 흘러갔다. 1908년 「해에게서 소년에게」로부터 기산해도 그렇지만 어느 새 대표적인 현대시인이라 할 김소월과 정지용이 탄생 100주년을 맞이했다는 점에 비춰봐도 그렇다.이 .. 2008. 2. 8.
100명의 시인,평론가가 선정한 '10명의 시인' 작품 100명의 시인, 평론가가 선정한 '10명의 시인' 작품 {10명의 시인'의 대표작과 그에 대한 해설} 김소월 「진달래꽃」 ―이별의 이유, 또는 또 하나의 반어 | 이희중 서정주 「화사」 ― 생명력과 절대 언어, 그리고 에로티시즘 | 최현식 정지용 「향수」 ― 생의 근원에 대한 동적 에너지 | 최동호 김수영 .. 2008. 2. 8.
시인·평론가 100인이 뽑은 ‘10명의 시인’ 시인·평론가 100인이 뽑은 ‘10명의 시인’ 한국 현대시 100년 동안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시인은 누구일까? 시인.평론가 100명이 뽑은 10명의 시인 선정 경위 이번 기획은 한국 현대시 100년을 기념하여 시인 53명, 평론가 47명에게 우리 시사에서 빼어난 10명의 시인을 묻고 그 성과를 종합하여 한국 시사.. 2008. 2. 8.
한국 현대시 100년 어디까지 왔나 - 오세영 시인 한국 현대시 100년 어디까지 왔나 한국시인협회 오세영 회장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1908년)을 효시로 한 한국현대시의 역사가 햇수로 100년을 맞았다. 또한 가장 권위 있는 국내최대 시인단체인 한국시인협회가 창립된 지 5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한국시인협회 회장이자 서울대 명예교.. 2008. 2. 7.
[애송시 100편-제29편] 성탄제 - 김종길 [애송시 100편-제29편] 성탄제 - 김종길 어두운 방 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러히 잦아지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생, 젊은 아버지의 .. 2008. 2. 6.
서정시의 이해 - 박인숙 서정시의 이해 / 박인숙 서정시 [ 敍情詩 ] 시의 3대 부문(서사시·서정시·극시)의 하나로 작자 자신의 감동과 정서를 주관적으로 읊은 운문으로 된 문학 작품. 유럽어의 리리크(lyric)에 해당하는데, 리리크의 어원은 하프를 닮은 고대 그리스의 악기인 리라에 맞춰서 하는 노래(리리코스)이다. 오르페.. 2008. 2. 5.
[애송시 100편-제28편] 순은(純銀)이 빛나는 이 아침에 - 오탁번 [애송시 100편-제28편] 순은(純銀)이 빛나는 이 아침에 - 오탁번 눈을 밟으면 귀가 맑게 트인다. 나뭇가지마다 순은의 손끝으로 빛나는 눈내린 숲길에 멈추어 선 겨울 아침의 행인들. 원시림이 매몰될 때 땅이 꺼지는 소리, 천년 동안 땅에 묻혀 딴딴한 석탄으로 변모하는 소리, 캄캄한 시간 바깥에 숨어 .. 2008. 2. 5.
[애송시 100편-제27편] 광야 - 이육사 [애송시 100편-제27편] 광야 -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진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 2008. 2. 4.
[애송시 100편-제26편] 산정 묘지 - 조정권 [애송시 100편-제26편] 산정 묘지 1 - 조정권 겨울 산을 오르면서 나는 본다. 가장 높은 것들은 추운 곳에서 얼음처럼 빛나고, 얼어붙은 폭포의 단호한 침묵. 가장 높은 정신은 추운 곳에서 살아 움직이며 허옇게 얼어터진 계곡과 계곡 사이 바위와 바위의 결빙을 노래한다. 간밤의 눈이 다 녹아버린 이른 .. 2008. 2. 2.
[현대시 100년-사랑의 詩] 백석 -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05) [현대시 100년-사랑의 詩]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 2008. 2. 1.